제 장모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절에 모셔두었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절에 가서 제사를 지내지요.

 

재작년인가? 좀 더 오래되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제사를 지내러 절에 갔습니다.

제를 마치고, 제삿밥도 한술 뜨고 챙겨주시는 제사 음식을 주섬주섬 들고 절 마당으로 나오는데…

주지스님과 왠 소년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소년은 커다란 가방을 매고 있었으며, 표정은 당황과 약간의 겁을 먹은듯하더군요.

주지스님은 약간 큰소리로 뭐라뭐라 그러시고…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보니, 한마디로

아버지가 자길 여기다 버렸다는 겁니다. ㅡ,.ㅡ

 

이 무슨 6.25사변 때 같은 말인지….

 

이 아이도 이런 경험이 있는건지… 대체로 침착한 편이더군요. 울지도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도 잘했습니다.

자기가 아버지 말을 잘 안 들어 그동안 몇번 야단도 맞았는데, 

이번엔 절에 내려주면서 한 1년동안 여기 살면서 그동안 부모님이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더군요.

두고간 아빠도 대단하고, 당당(?)하게 절에 살게 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소년도 대단하고.

 

근데, 좀 의외인게

주지스님은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건지, 아님 귀찮아서인지 단호하게 안된다. 

여긴 네가 살 곳이 못된다. 내치시더군요.

하긴 큰 절도 아니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나이의 주지스님이시고…

누가 있어 이 아이의 밥이며 빨래 챙겨주겠습니까.

 

그래도 한 며칠 데리고 있으면서 소년의 부모님과 연락을 하셔서 조치를 취할 줄 알았는데,

대뜸 우리보고 데려가라는 겁니다.

헉!!

무슨 부모 잃은 새끼 고양이 데려가는 것도 아니고… ㅠㅠ

 

여차저차 파출소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주지스님께도 혹시나 부모가 찾아오면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전해달라고 하고 차에 태웠습니다.

 

가까운 파출소도 이동하는 동안,

아내가 소년에게 이리저리 말을 시키더군요.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은 안 나는데, 

어머니는 이번 일에 대해 아무 없었느냐? 몇 학년이냐? 전에도 이런 일 있었느냐? 대충 이런 질문이였고,

이에 대한 대답은 생각이 안 납니다. ㅎㅎㅎ 딱히 기억에 없는거 보면 대답이 무난했었겠지요.

 

파출소에 가니…

문이 잠겨 있고 아무도 없더군요. ㅡ,.ㅡ

아마 전부 순찰을 갔겠지요. 연락처가 있어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해서 아이를 데려왔다고 하니 좀 있다 순찰차가 오고, 

파출소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좀 더 자세하게 사정이야기를 하니

알겠다고…자기들이 부모에게 연락 해보겠다고….우린 그냥 나왔습니다.

우리 연락처 같은 것도 안 물어보더군요.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경찰인데 별 일이야 있겠냐 싶었지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이런 무책임한 ㅎㅎ)

 

지금까지 살면서 첫 공식(?)적인 파출소 방문기였습니다.미소

 

경찰서는 몇 번 가본 적 있습니다.

속도위반해서 벌금 내러 한번.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택시기사가 괘씸해서 사고접수하러 한번.

 

파출소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이야기 한토막.

비공식(?)적인 방문이 되려나요? ㅋㅋㅋㅋ 웃겨서 데굴데굴

 

결혼 하기 전

다니던 직장에서 업무가 주 3일을 지방으로 당일치기 출장가는 거였습니다.

 

보통 출근 전에 집에서 화장실을 가는데, 그 날은 좀 늦어 그냥 출근했었지요.

사무실에서도 화장실 못 가고 바로 출장지로 출발.

 

출장을 가는거지만, 무조건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가야 되고, 

그 쪽에서 업무를 다보고는 무조건 사무실에 왔다가 퇴근을 해야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출발할때는 고속도로 접어들기까지 엄청 막히고, 올때는 퇴근시간이랑 겹쳐서 시내 들어오기 직전에 엄청 막히고…

 

역시나 정체가 심하더군요.

뭐~ 늘 겪는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아랫배에서 신호가 슬슬 오는 겁니다.

가다가 휴게실에 한번 들려야겠군.

 

차는 여전히 막혀 진행이 잘 안되는데, 신호는 점점 급해집니다.

이거 이러다 큰 일(?)치르는거 아냐?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똥꼬에는 있는 힘껏 힘을 줬다가 뺐다가….ㅋㅋㅋ

 

차는 어느 듯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그나마 원활히 빠져나가 집니다.

똥꼬의 부름을 잊기 위해 운전에 집중합니다.

신나게 달렸습니다.

휴게소에 가까워 지니…똥꼬의 부름이 약해지더군요.

오호~ 이정도면 참고 갈만하겠다. 과감히 휴게소를 패스합니다. (오호 통제라~~ 아파요 )

 

고속도로를 벗어나 지방 국도에 들어섭니다.

다시 신호가 급박해지더군요.

이제는 끝에 다달았음을 알리는… 내가 곧 나가야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길 옆에 세우고, 논밭에 들어가 잠시 해결을 할까? (휴지 찾음)

아님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화장실을 좀 빌릴까?

오만 생각이 다 들더군요.

 

참고 참았습니다.

이마에 슬슬 식은 땀도 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듯 출장지 시내에 들어섭니다.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참을 수 있다. 운전대를 꽉 거머쥡니다.

 

그동안 1년 가까이 이곳에 왔는데  한번도 없었던 도로정체가 됩니다.

이런 닝기리…

아니 왜 오늘 막히는거냐? 하늘이시여 

 

똥 참다가 죽을것 같더군요.

 

저 앞에 파출소가 보입니다.

늘 지나는 곳이라 한번도 관심있게 안 봤더랬는데, 그 날은 눈에 확! 들어오는 겁니다.

과감하게 핸들을 꺽어 파출소 마당에 차를 내리꼽았습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서 “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빌려주세요”

아마 내 얼굴을 봤음 충분히 짐작이 되었을겁니다. ㅋㅋㅋ

나이가 좀 지긋하신 경찰 한 분이 환하게 웃으시며 “얼마든지 사용하세요~ “

 

화장실에 들어가서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을 만큼의 속도로 바지를 내리고… 퍼버펑!!! 

 

한 고비를 넘기고 보니, 화장실은 방금 청소를 끝낸…물기가 촉촉하게 있는 …

좀 미안하더군요. ㅎㅎㅎ

뭐 어쩌겠습니까? 뒷처리를 하고 혹시나 표시(?)가 나나 살펴보고 나왔습니다.

 

화장실 고맙게 잘 사용했다고 정중하게 인사 하고 나왔었습니다.

 

이상은 비공식(?)적인 파출소 방문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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